밀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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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보험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휴가를 충분히 갖는 사람들이 휴가를 안 갖는 사람들보다 육체와 정신 건강이 좋으며 의료비와 건강 관리비를 고려할 때 휴가비를 주더라도 휴가를 충분히 갖게 하는 것이 회사를 위하여 유익이 된다고 한다.

휴가를 안 갖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경우가 소위 ‘일 중독’이다. 일을 안 하면 좀이 쑤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주말이 되면 따분해 하고 월요일 아침에 기운이 나는 이상한 족속들이다. 그들은 일과 결혼했다.

일 중독자의 공통점은 정신적 불안이다. 그들은 언제나 쫓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늘 변명한다. 그들은 규칙생활을 주장하지만 주변 사람에게는 늘 엄격하다. 주말조차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하여 아내와 자주 충돌하고 아이들을 몰아댄다.

이런 사람들을 ‘Today’s Health‘지는 이렇게 보고하고 있다. “그들은 가정불화가 잦다. 직장에서 실수를 많이 범한다. 약속을 자주 잊는다. 동료와의 마찰이 많다. 이혼율도 높다.” 이렇게 생각할 때 쉬지 않는 것은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것이며,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살을 깎아먹는 것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담당 의사 키데라 박사는 4년에 걸쳐 직원들을 조사했는데 휴가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직원들은 혈압 맥박이 비정상이고 신경질환이 많고 수면 부족, 변비, 소화불량, 정신질환이 많았다고 한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사람은 쉬는 시간에 성장하게끔 만드셨다는 생각을 나는 가끔 한다. 정신적 성장이나 남길만한 업적 등은 바쁘게 뛰어다닐 때가 아니라 휴식과 독존의 시간에 이루어졌음을 알기 때문이다.

바흐의 웅장한 오르간 음악은 오선지에 바쁘게 곡을 기입하는 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가족들이 잠든 밤중에 그가 숲과 언덕을 산책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자주 보았다. 사람들은 그를 고독한 사람으로 오해하였다. 고독과 독존(獨存)은 다르다. 바흐의 음악들은 별을 바라보며 밤과 사귀는 그 시간에 이미 작곡된 것이다.

그랜드 캐년에 갔을 때 노새를 탔다. 노새 부리는 사람이 경험담을 말하였다. “도시 사람들은 성미가 급해서 느릿느릿한 노새 걸음에 신경질을 부립니다. 그러나 여기서 훈련된 노새들은 절대로 뛰지 않고 자기가 교육 받은 페이스로 천천히 걷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노새를 두 시간만 타면 아무리 성급한 사람도 느긋해집니다.”

시간에 쫒기는 현대 도시인들은 노새 철학을 배울 필요가 있다. 시간에 떠밀려 살지 말고 시간을 조종할 줄 아는 여유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예수는 십자가에 달리기 닷새 전에 새끼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갔다. 그것은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풍경이다. 평생 목수로 근육이 발달한 장정이 새끼 나귀에 올라 뒤뚝뒤뚝 걸어간다. 로마 점령군의 늠름한 행렬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예수 행렬이었다. 새끼 나귀를 탄 것은 예수의 의도적인 선택으로 그 메시지는 ‘평화’였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도 여유 있고 느긋하였다.

우리 한국인은 온갖 전쟁 속을 헤치며 살아왔다. 입시전쟁, 취직전쟁, 태평양전쟁, 한국동란, 생존경쟁과 교통지옥까지.

이리저리 부딪치며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너무 날카로워진 것이 아닐까? 나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빨리 달려가는데 어디로 그렇게 빨리 가야 하는가? 큰 것을 얻기 위하여, 많이 가지기 위하여, 재미있게 살기 위하여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나의 인생은 하나 밖에 없고 한 번 뿐이니 내 삶의 참다운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