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이야기


2012.12.24 04:30

어려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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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스켐베클러는 21년간 승률 8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던 전설적인 미시간 대 풋볼 감독이었다. 2005년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모든 매체마다 그의 죽음을 대서특필했고 미 전역에 애도의 물결이 넘쳐났다. 그를 이렇게까지 존경했던 이유는 단순히 기록과 좋은 성적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인생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관을 삶 속에서 그대로 실천했던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보 감독이 승승장구하자 다른 팀에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를 제의했지만, 모두 거절했던 것은 자신은 연봉보다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선수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평소 신념 때문이었다. 선수들도 이러한 감독을 신뢰했고 그의 가치관을 믿고 따랐기에 21년간 그의 팀은 언제나 최강이었고 결국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그가 이런 대단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기본기에 충실하라’는데 있었다. 보 감독은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최고의 팀을 이길 수는 없다’라고 수없이 말했다. 그가 말하는 최고의 팀이란 유명한 선수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선수가 많다는 의미였다. 그는 풋볼에서 가장 기본기인 블로킹과 태클만 제대로 터득한다면, 다른 것은 볼 것이 없다며 언제나 화려하고 복잡한 전략 대신 단순한 원칙 안에서 코치했음에도 팀은 언제나 승리를 안겨주었다. 지금 모두가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렇게 어려울수록 나는 새삼 ‘기본기에 미치라’는 보 감독 말이 새롭게 새겨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기본기보다는 기교나 잔꾀, 요행을 더 부리려고 한다. 우리들의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대충 대충한 채, 눈에 보이는 일에만 신경쓰다보니 당장 눈앞에선 뭔가가 보이는 듯 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삶은 더 꼬여들게 된다. 인생엔 왕도가 없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어떤 방식을 통하든 진정한 성취는 기대할 수 없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자연스런 법칙이 나오고 기술이 나와 기쁨의 열매를 거두게 되는 법이다. 어느 회사 소주 이름처럼 <처음처럼>에서 ‘처음’의 감격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수한 마음의 보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했을 때 감격이 식어지면서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자꾸 기교와 단순한 테크닉만 치중하면서 변질되기 시작한다. 압바 모세는 이렇게 말했다. ‘독방에 머무시오. 독방이 모든 것을 가르쳐 줄 것이오.’ 어려울수록 나만의 독방이 필요하다. 홀로만의 시간을 통해 다시 한 번 기본을 다지고 자신을 다지며 내일을 대비할 때 어떤 위기라도 넉넉히 이길 수 있게 된다. 보 감독이 강조하는 기본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면서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한 요소들이었다. 그가 제시하는 기본기란 첫 번째로 성실(誠實)을 꼽았다. 보 감독은 선수들을 스카우트 할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연봉협상이 아니라 선수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깔끔한지 질서정연한지 살기 편한 곳인지를 확인한 후에 계약했다고 한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외적인 환경만 봐도 그 선수의 부모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선수의 기본적인 품성 파악과 함께 미래를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과 가정환경과 무슨 상관일까. 정리정돈이 잘 된 집안에서 성장한 선수는 어릴 때부터 보고배운 것이 몸에 배여 거의 본능적으로 자신의 자리 정돈은 물론이요 자기 주변까지 돌아보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매사 철저하고 꼼꼼한 사람이 되어 운동에서 가장 필요한 훈련을 성실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선수들에게 바른 생활을 가르치기 위해 옷차림과 운동화 색상까지도 코치해 주었다고 한다. 그 일과 운동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몸, 마음, 영이 유기체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목적을 위한 운동은 운동화나 옷차림까지도 서로 조화가 이루어져야만 성과를 거둘 뿐 아니라, 본인 자신도 행복하다는 것을 보 감독을 잘 알고 있었기에 생활면까지 코치했던 것이다. 물론 삶 속에서 이러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몸과 마음이 성실해야만 가능하기에 그는 인생의 기본기에서 성실을 첫 번째 덕목으로 꼽았던 것이다. 다음으론 보 감독은 인생의 기본기를 시간(時間)으로 여겼다. 그가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원칙이란 대부분 단순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간 관리였다. 보 감독은 훈련 때는 엄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가난한 선수들에게 집을 구해 주고, 선수들의 학점까지도 일일이 챙겨 주는 자상한 형님이었지만 시간이 늦는 일에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버스 맨 앞자리에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출발시간이 되면 시계를 보고 ‘기사양반, 출발합시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지각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은 애써 제시간에 도착한 선수들에게도 공평한 처사가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 년의 소중함을 알려면 입시에서 떨어진 학생에게 물어보고, 한 달의 소중함은 미숙아를 낳은 산모에게 물어보고, 일주일의 소중함은 주간 잡지사 편집장에게 물어보고, 하루의 소중함을 알고 싶다면 일일노동자에게, 일분의 소중 함을 알고 싶으면 방금 기차를 놓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고, 천분의 일초의 소중함을 알고 싶다면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오늘 이 순간이 미래와 과거를 만들어내고 있다. 롱펠로는 미래를 신뢰하지 말고, 죽은 과거는 묻어버리고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고 말했다. 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오늘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요, 모든 일에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에서 준비란 연습이 아니라 본질이었기에 시간은 인생에서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할 덕목이기에 인생의 기본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성실과 시간관리라는 기본기의 끊임없는 강조는 팀워크를 통해 꽃을 피우기에 보 감독은 팀워크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팀이요 둘째도 팀이요 셋째도 팀이었다. 그는 모든 선수들에게 가장 큰 전력은 개인보다 팀으로 보고, 팀으로 행동하고, 팀으로 뛸 것을 요구했다. ‘살아도 팀, 죽어도 팀, 팀만이 전부다’라는 그의 주문이 선수들의 머릿속에 세뇌되었기에 최하위였던 팀이 어느 덧 최강팀이 되었던 것이다. 세상엔 뛰어난 능력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팀웍으로 다져진 팀은 결코 이길 수 없음을 경험하면서 선수들 스스로가 ‘나도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실제로 신화를 만들게 했던 것이다. 심지어 팀의 달성할 목표까지도 선수들 스스로 세우게 함으로 팀의 비전을 위해 어떠한 혹독한 훈련도 견디게 한 것이 승리의 비결이 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어려울 때일수록 선두에 서라고 했다.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려울수록 공동체에서 몸으로 보여줘야 함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팀워크 애찬론은 변함없이 적용할 수 있는 최고의 리더십이 되기 때문이다. 주여, 어려울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게 하소서. 기본은 기초가 아니라 전부이기에 처음의 떨림으로 성실하게 자신을 낮추므로 아름다운 팀웍이 만들어지므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열매를 거두게 하소서. 2012년 12월 15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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