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이야기


2012.01.26 04:39

겨울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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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에서

洪 海 里

 

죽은 듯 서 있어도 눈 빤히 뜨고

동안거에 든 침묵의 나무들

속 깊은 영혼이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가

겨울 산이 춥지 않은 것은

나무들이 산을 꼭 껴안고 있기 때문이다

몸 가득 채우고 있던 무거운 마음

직박구리가 한입씩 물고 마을로 내려간다

새벽마다 하루를 절벽으로 맞는 것은

아직도 네가 덜 아프고 덜 슬퍼서이니

외로우면 참지 말고 눈물 속에 빠져 보거라

 

맨몸으로 시가 된 나무들의 도저한 정신을

산에 올라 귀 대고 가만히 들어 보거라

 

 

한눈팔지 말고 똑바로 가라 하지 않느냐

네 갈 길이 아직 땅땅하다

텅 빈 계곡의 바람소리에

봄은 이미 연둣빛 싹을 부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