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에서
洪 海 里
죽은 듯 서 있어도 눈 빤히 뜨고
동안거에 든 침묵의 나무들
속 깊은 영혼이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가
겨울 산이 춥지 않은 것은
나무들이 산을 꼭 껴안고 있기 때문이다
몸 가득 채우고 있던 무거운 마음
직박구리가 한입씩 물고 마을로 내려간다
새벽마다 하루를 절벽으로 맞는 것은
아직도 네가 덜 아프고 덜 슬퍼서이니
외로우면 참지 말고 눈물 속에 빠져 보거라
맨몸으로 시가 된 나무들의 도저한 정신을
산에 올라 귀 대고 가만히 들어 보거라
한눈팔지 말고 똑바로 가라 하지 않느냐
네 갈 길이 아직 땅땅하다
텅 빈 계곡의 바람소리에
봄은 이미 연둣빛 싹을 부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