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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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계절을 찾아서

 

 

캘리포니아의 봄은, 겨울의 푸르름이 고개를 숙이는 푸른목장의 끝자락입니다. 지중해성 기후를 가지고 있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는, 12월부터 시작되는 우기가 3월의 봄까지 지속되곤 합니다. 풀이 많은 언덕과 평원이 넓은 캘리포니아는 겨울비를 통하여 광활한 푸른 목장처럼 멋진 풍경을 이룹니다. 무심코 차를 타고 달리다가, 창문을 열고, 들판의 푸르름을 가슴 속 깊이 들이 마시고픈 충동이 일만큼 푸르릅니다. 그래서 저는 겨울의 산과 언덕을 좋아합니다.

 

겨울 우기가 잦아지고, 3월부터 시작되는 건기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 봄입니다. 그래서 봄은 산과 들의 변화를 아쉬워하는 마음과 동시에 꽃 몽우리를 맺는 나무와 꽃들이 기대되는 위로의 시간입니다.

 

여행으로 방문한 친구들이 찍어 남긴 사진을 보면 계절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름 사진은 한국의 겨울 언덕처럼, 마른 풀과 누런 들판이 배경이 됩니다. 반면에, 겨울사진은 한국의 한여름 들판처럼 푸르름을 머금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를 분명하게 살아온 지난날이 익숙한 저에겐 봄을 찾기 어려운 곳이 캘리포니아입니다.

 

우리는 찾고자 하는 것을 발견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더 집중하고 민감해집니다. 많은 소음 속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이의 소리를 발견하기 위해서 귀를 기울이듯이, 또한 군중 속에서 내가 발견하고자 하는 이의 얼굴을 찾아보고자 눈을 찡그리듯이, 우리는 발견하고자 하는바가 마음에 각인되면 표정 하나, 눈짓 하나, 그리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귀를 세우려고 애쓰듯이 더 민감하게, 더 진중하게 집중합니다.

 

민감함은 가르침과 배움을 통해서 더 가다듬어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누구나 선재적으로 소유한 능력입니다. 다만, 내 마음속에 얼마나 각인되었는가,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가의 차이로 능력이 다르게 발휘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정해지면 몸이 세밀하게 반응합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이기에, 이미 탑재된 능력이며, 발휘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우리 밀알선교단 가족들은 모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교회입니다. 장애인만 존재하는 교회도 아니요, 일반인만 존재하는 것이 온전한 교회라고 믿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를 들어 서로를 소외시키는 공동체가 교회로 서는 것을 반대합니다. 인종과 성별, 빈부와 지위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처럼, 장애와 비장애의 구별이 아닌, 연합과 섬김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고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 걷는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형제라고 부르고, 자매라고 부르며사랑합니다.

 

아픔의 과정을 겪은 당사자로서 이웃의 아픔을 볼 수 있는민감함이 있는 가족들입니다. 으리으리한 건물 속에서 소외됨을 겪은 당사자로서 소외된 자들을 발견할 수 있는 민감함이 있는 성도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이렇게 만나게 하심으로, 하나님의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삶으로 세워지도록 보내심을 받은 사도(아포스톨로스: 보냄을 받은자)요,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작은 예수입니다.

 

우리 모든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봄을 기다리듯이 밀알선교단의 모든 가정들이 하나님 나라의 교제의 봄을 기다립니다. 팬데믹의 위험이 모두의 교제를 위험하게 만들고 단절시켰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장애란 이유로, 팬데믹 이전에 이미 성도의 교제 안에서 단절하게 만든 장애인 가족들이 우리 교회에 존재했음을, 이제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세워가며 집중하여 발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봄을 잃어버리기 전에, 우리의 마음가짐을 주님의 말씀으로 점검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미 1월에 꽃봉오리를 틔운 뒷마당의 동백꽃 잎들을 빗자루로 쓸어 작은 무덤을 만들 만큼 모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시작된 오렌지 꽃의 달콤한 향기가 바람결에 뒷마당으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뒷마당의 마른 꽃잎무덤과 담장 너머의달콤한 바람 향기로 나는 봄을 봅니다. 이제는 봄을 찾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바뀌는 삶의 시선으로 캘리포니아의 봄을 만나고, 나는 오늘 올해의 봄을 보내려고 합니다. 팬데믹으로 잃어버린 계절이 끝나고 곧, 우리의 봄이 다시 오기를 바랍니다.

 

글 | 김정기 목사 (북가주밀알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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